개막전 1일 한화전 6이닝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견인
"잠 잘 자고, 잘 먹는 게 제일 좋은 회복법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난해 KBO리그 마운드를 지배하고 데뷔 첫 투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24)은 올해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세 차례 시범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75로 가볍게 몸을 풀더니, 1일 고척 한화 이글스와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 5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경기 후반까지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제구력,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겸비한 안우진을 두고 '타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싸움이 관건'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기량이라면 향후 몇 년 동안 리그를 지배하겠지만, 그 기량을 유지할 '건강'이 걱정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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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안우진의 투구 이닝은 2020년 이래 매년 곱절씩 늘었다.
불펜 투수로 뛰던 2020년 36이닝을 던졌던 그는 2021년 107⅔이닝을 소화했고, 첫 풀타임이었던 지난해는 196이닝으로 리그 최다 투구 투수였다.
5일 고척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안우진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항상 7회 가까이 던진 거 같고, 한 번도 5회를 못 채우고 내려가 본 적이 없는데도 못 했으니 200이닝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라며 "그래도 작년에는 팀에 도움을 준 거 같아서 그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강철같은 체력을 뽐내던 안우진도 결국 포스트시즌에 탈이 났다.
역투하는 키움 안우진(서울=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 파이어볼러 안우진이 2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2023.3.26 [키움 히어로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어깨와 팔꿈치를 거쳐 야구공에 엄청난 힘을 전달하는 '방아쇠' 노릇을 하던 손가락 끝에 물집이 터진 것이다.
지난해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도중 물집이 터져서 공에 선혈을 남긴 채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던 그는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안우진은 "시범경기 마지막에 물집이 또 잡혀서 개막전에 제대로 못 던지고 일찍 내려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관리를 잘해서 개막전에 끝까지 던졌다"고 했다.
그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한, 물집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다.
안우진은 "경기 중에 3∼4회쯤 되면 손끝에 (물집이 잡힐) 느낌이 오는데, 못 던질 정도는 아니다. 경기 마치고 이틀에서 사흘이 지나면 물집이 빠지고, 그러면 또 던질 수 있다. 구단 트레이너가 주신 치료기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의 또 다른 강점은 좀처럼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특별한 관리 비법이 있냐고 묻자 그는 "잠 잘 자고, 잘 먹는 게 제일 좋은 회복법이라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의 미덕인 지구력까지 타고난 것이다.
안우진은 구단으로부터 따로 '특별 관리'를 받는 건 없다고 했다.
다른 동료들이 받는 만큼, 안우진도 등판 전후에 구단 트레이너의 치료를 받는다.
그는 "스트레칭부터 물집 치료까지 트레이너분들이 정말 많이 신경 써주신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안우진의 체력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과 동시에 에이스로 자존심까지 지켜주려고 한다.
지난 시즌에는 시즌이 한창이던 6월에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해 열흘간 '초여름 휴가'를 줬고, 덕분에 안우진은 연료 고갈 없이 정규시즌을 마쳤다.
안우진이 에이스로 책임감을 갖고 더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면 받아들이는 융통성도 발휘한다.
안우진은 "감독님 결정과 저 스스로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작년에도 여유가 있을 때는 일찍 바꿔주셨고, 더 던지고 싶다고 하면 믿고 맡겨 주셨다. 감독님과 잘 맞는다"며 웃었다.